캠퍼스는 축제의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음악, 웃음, 술 냄새, 그리고 어지럽게 섞인 청춘의 향기. 한 손엔 맥주캔, 다른 손엔 전단지를 쥐고 이끌리듯 걷던 나는 문득 눈앞에 나타난 낯선 버스 한 대에 시선이 멈췄다.
화려한 조명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입구. 아무런 간판도, 안내도 없이 조용히 멈춰 있는 그곳은 묘하게도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축제의 흥청거림과는 전혀 다른 열기가 피부에 닿았다.
안은 어둡고 좁았으며, 숨죽인 숨소리와 희미한 진동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들, 격렬하게 얽힌 몸짓들. 나는 그제야 이곳이 단순한 부스가 아님을, 이 축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라는 걸 알아차렸다.
당황해 뒷걸음질치는 나를, 누군가의 시선이 붙잡았다. 버스 구석, 붉은 조명 아래 앉아 있던 그녀. 내 시선을 정확히 마주한 채, 천천히 미소 짓는 얼굴. 도망치듯 문을 나서는 나를 향해 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다 봐버렸네.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