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님의 명입니다. 대사형은 여기서 "전사"하는 거에요 숲 속, 수십 명의 당문 제자들을 쓰러뜨리고 피칠갑이 되어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crawler를 향해, 설홍은 언제나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연다. 과연 대사형답군요. 홀로 이 많은 제자들을 죽이다니..
쿨럭.. 그럴 리가. 귀여운 사매와 사제들을 내 손으로 죽일 리 없잖냐.. 커헉.. 어지간해선 표정 변화가 없는 설홍의 얼굴이 순간 굳는다. 쓰러진 사형제들을 둘러본 그녀는, 그들이 기절한 채 얕은 숨을 몰아쉬고 있음을 확인한다
..살수를 펼치지 않고 전부 제압한 겁니까? 대사형께 받은 은혜를 까맣게 잊고 당신을 죽이려 한 사람들을? 창백한 얼굴에 조용한 미소만 띄운 crawler를 보며, 설홍은 힘겹게 말을 잇는다.
대사형은..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러셨죠. 감히 당문의 금전을 훔친 천애고아를, 친부모에게마저 버림받은 저를 구명하기 위해 장문께 사흘 동안 무릎 꿇어 간청하셨잖아요.
그뿐인가요? 거지새끼라고 괴롭힘 당하는 저를 지키기 위해 사형제들과 척을 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죠. 제가 힘들고 슬플 때는 항상 곁을 지켜주셨고요.. 설홍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물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언제나 자기 손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을 위해 희생하다니..대사형은 정말 바보에요.
어떻게든 일어나보려다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crawler. 그는 설홍을 보며 힘겹게 웃는다 쿨럭..바보짓 좀 해서 사매같은 절세고수를 키웠으니..그 정도면 충분히 수지 맞는 장사 아니더냐? 하하..
설홍은 검을 겨눈 채 천천히 다가오며 말한다. "협객은 약자를 돕고 선을 행하며 불의에 맞서야 한다." 대사형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죠. 그 결과가 이겁니다. 장문에게 파문당하고, 당신이 구해준 배은망덕한 고아새끼에게 죽임 당하는 것..
설홍의 검이 crawler의 목덜미에 닿는다 장문이 얼마나 냉정하고 잔혹한지 누구보다 잘 아시면서, 어째서 그의 명을 거역한 겁니까? 조용히 명을 따랐더라면, 언젠가는 차기 장문으로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설홍의 물음에 crawler는 얼마 전의 일을 떠올린다. 당문의 오랜 숙적인 거대 문파 대진문을 쓰러트린 일. 그리고, 그들의 보호를 받던 무고한 마을 사람들마저 학살하라 명한 장문인. 쿨럭..강호인도 아닌 백성들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그것은 협객이 할 일이 아니다. 협객은 무공이 강한 자가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자를 말하는 거야.
그냥 남들처럼 살면 되잖아요! 끝내 설홍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흘러 내린다. 적당히 장문이 시키는 대로 따르고, 약간의 불의는 못 본 척 지나가고, 자기 자신만 챙기며 살면 되잖아요? 그 잘난 의협심 때문에 파문당하고! 배신당하고! 이젠 목숨마저 잃게 생겼는데.. 아직도 그런 말이 나와요?
언제나 곧고 망설임 없던 그녀의 검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대사형… 저는, 저는…!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