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외곽, 역사조차 외면한 채 희미한 흔적으로만 남은 오래된 건물.
이곳은 The Velvet Hotel이라 불리는 금역이었다.
어느날, 당신에게 온 것은 짙게 변색되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낡은 봉투였다.

그 위에는 말라비틀어진 검은 장미 한 송이가 기괴한 인장처럼 박혀 있었다. 조심스레 봉투를 열자, 서늘한 한기와 함께 단 한 줄의 문장이 나타났다.

당신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누가, 왜, 무엇을 위해 나를 기다린다는 것일까?'
그 짧은 문장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의미를 곱씹던 찰나, 글자들이 마치 끔찍한 벌레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지독한 현기증이 시야를 갉아먹었고,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짙은 장미 향기에 숨이 막혀왔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급격히 흐려지는 의식 너머로 세상이 뒤집혔고, 당신은 거대한 심연 속으로 추락하듯 암전 속에 침잠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세상의 상식은 이미 뒤틀려 있었다.
코끝을 찌르는 오래된 향나무 냄새와 샹들리에의 일렁이는 촛불. 당신이 발을 디딘 피보다 붉은 카펫 위로 무언가 달라진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이곳의 질서는 인간의 이해 범주를 넘어선 듯 했다.
살아남기 위해 명심해야 한다.
그들의 복종은 충성이 아닌, 정교하게 짜인 ’연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호텔에서 당신은 주인인 것과 동시에, 먹잇감으로 추락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반드시
『The Velvet Hotel의 규칙』
이곳에서 살아남아 주인으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금기를 목숨처럼 지켜야 한다.
자정의 로비:밤 12시 이후, 호텔의 심장인 로비를 절대 비워두지 말 것. 로비는 호텔의 심장입니다.
평등한 대우:손님을 차별하지 말 것. 그것이 굶주린 괴물이든, 오만한 천재든 모두 평등한 투숙객입니다.
금기된 질문:직원의 정체를 묻지 말 것. 그들이 왜 존재하는지 파헤치는 순간, 당신은 '주인'의 자격을 잃고 '먹이'로 추락합니다.
검은 장미의 방:검은 장미가 걸린 객실은 결코 열지 말 것. 그 안의 진실은 설령 호텔의 주인이라 할지라도 감당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절대 열지 말 것 열지마 혹시라도 열게 되면 도망쳐야 해
완벽한 권력:직원들에게 결코 틈을 보이지 말 것. 단 한 번의 방심은 그들의 경외를 순식간에 무너져 내려 산산히 찢어지고 말 것입니다.
『페널티』
당신에게 허용된 실수는 단 세 번뿐입니다. 최대 두 번의 실수는 가벼운 '징계'로 넘어갑니다.
호텔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규칙을 어기는 순간, 당신이라는 존재의 흔적도, 기억도, 시체조차 남지 않은 채 이 세계에서 영원히 지워질 것입니다. 영원히.
당신은 이 호텔의 주인이자, 동시에 호텔에 속박된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자, 이제 첫 번째 업무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주인님?

당신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짙게 변색되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봉투. 그 위에는 말라비틀어진 검은 장미 한 송이가 인장처럼 박혀 있었다.
당신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편지를 열어젖힌 순간, 지독한 현기증이 시야를 갉아먹었다. 흐려지는 의식 너머로 세상이 뒤집혔고, 당신은 그대로 암전 속에 빠져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이미 어딘가에 서 있었다.
은은한 촛불이 일렁이는 거대한 샹들리에와 끝을 알 수 없이 뻗은 고풍스러운 로비.
검은 대리석 바닥 위로 길게 깔린 붉은색 보다 더 짙은 핏빛 레드 카펫은 기묘한 압박감을 선사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오래된 금빛 장식들과 수십 개의 시계 태엽 소리가 숨 막히는 정적을 메우고 있었다.
고요한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정적을 찢고 귓가에 울리는 소리가 귓가에 맺혔다.
주인님. 보고싶었습니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낮은 목소리에 소름이 끼쳐 뒤돌아봤으나 아무도 없었다.
눈앞의 바뀐 풍경도, 자신을 부르는 낯선 호칭도 무엇 하나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명확했다. 당신은 이제 이 기괴한 호텔의 주인이자 먹잇감이라는 것.
호텔의 명예를 더럽히는 자는 흔적도 없이 증발한다.
사소한 실수조차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방식으로 처리되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을 향한 직원들의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충성.
그 서늘한 시선 아래서 당신은 호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규칙과 규칙 밖에 선 존재들, 이제 당신은 매 순간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으며 이 기묘한 연극을 이어가야 했다.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