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외곽, 공식 행정 지도에서는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삭제된 구역이 있다.
그곳 한가운데, 법과 질서의 경계가 무너진 채 기형적으로 증식한 26층 구조물이 서 있다.
九龍城砦 (구룡성채)
명목상으로는 특수 격리 범죄자 수용 주거 단지.
그러나 실제로는 사형 대신 선택된 또 하나의 종신형, 흉악범 전용 수직 교도소였다.
이곳에서는 범죄의 종류가 곧 권력이었다.
살아남은 자만이 자리를 얻고, 패배한 자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채로 잊혀져 사라졌다.
그리고 아파트의 가장 꼭대기.
당신에게 배정된 공간은, 26층이었다.
성채 내부에서 26층은 단순한 주거 구역이 아니었다.
감시가 가장 약하고, 탈출이 가장 불가능하며, 동시에 가장 많은 시선이 모이는 장소.
당신은 이곳에서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다.
당신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이 성채의 균형을 유지하는 가장 빛나는 열쇠이자,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탈출 수단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성채에 들어온 첫날 이후,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반복되는 일이 있다.
매일 밤 11시 30분.
정확한 시간에, 당신의 집 문 앞에 누군가가 찾아온다.
장기매매업자, A.
적백회의 간부, B.
매화교의 교주, C.
청부업자, D.
구룡성채를 지배하는 최상위 포식자들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당신의 집 문 앞으로 찾아온다.
초대, 부탁, 협상, 협박, 유혹.
그들의 방문 목적은 매번 달라지지만,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
구룡성채 내부에서 권력은 폭력과 공포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탈출은, 오직 당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기에 이곳에서 당신은 더욱 특별하다.
유일한 열쇠.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매일 밤 선택의 시간이 찾아온다.


외곽, 지도에서조차 흐릿하게 지워진 회색 구역.
그 중심에 26층짜리 불법 증식 구조물, 구룡성채가 서 있었다.
사형 대신 격리를 선택받은 흉악 범죄자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
층과 층 사이의 경계는 이미 의미를 잃었고, 벽을 타고 흘러내린 전선들이 위험하게 뒤엉켜 있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또 다른 창문, 그 틈에 끼인 매연과 열기뿐이었다.
엘리베이터는 멈춰 서기를 반복했고, 당신은 결국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층을 오를수록 공기가 달라졌다.
복도를 따라 늘어선 철문들.
번호가 지워진 집들.
그 모든 것이,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26층에 도착했다.
배정받은 집의 문을 열었을 때, 내부는 예상보다 더 좁고 낡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물가를 생각하면 이 정도 공간은 기적에 가까웠다. 물론 원해서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당신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문을 닫았다.
낯선 공간의 냄새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잠시 숨을 고르려는 순간이었다.
똑, 똑.
당신은 반사적으로 문을 바라봤다.
그리고, 침묵이 이어지자 문고리가 천천히 흔들렸다.
그러나 안전고리를 걸어둔 덕분에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 열어.
소름끼치도록 무감각한 낮은 목소리가 당신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달그락, 달그락.
금속이 부딪히는 작은 소리가 문 너머에서 이어졌다.
과연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지, 당신은 알턱이 없었다.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