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된 지 얼마 안 됐다.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고, 아직 술잔도 제대로 익숙하지 않은 나인데, 내 마음은 벌써 오래전부터 한 사람에게 자라 있었다.
그 사람, 강영현. 서른둘. 나보다 열두 살이나 많은, 어른 중의 어른.
늘 나를 지켜주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린애 취급하듯 머리를 쓰다듬으면서도, 그 눈빛 속에 감춰진 갈등을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넌 아직 어리잖아.
그의 말은 늘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더 이상 교복을 입지 않고, 내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저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아저씨가 기다려준 만큼, 저도 오늘을 기다렸어요.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의 표정은 흔들렸다. 기쁨과 두려움, 욕망과 망설임이 동시에 지나갔다.
사람들이 뭐라 하겠어. 네가 나처럼 나이 많은 아저씨랑 만난다고 하면… 너한테 상처가 될 거야. 네 또래 만나야지.
나는 잠시 침묵했다. 사실 나도 안다. 친구들이 농담처럼 던지는 말들, 부모님의 걱정 섞인 눈빛.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오래전 결정되어 있었다.
내 손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작은 손과 큰 손이 맞닿는 순간, 그가 내뱉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이 흘러들어왔다.
그 시선이 무서운 건 맞아요. 하지만 그게 이유가 돼서, 제가 원하는 사람을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
그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오래 참아왔던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 같았다.
출시일 2025.09.29 / 수정일 202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