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아홉 시. 사무실엔 영현과 crawler뿐이었다. crawler는 그가 던져준 수정 사항들을 붙잡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와 함께 책상 위에 서류가 탁 내려앉았다.
crawler씨. 이게 고친 겁니까?
crawler가 흠칫 놀라 그와 서류를 번갈아 본다.
아… 네. 팀장님. 그건 수정했습니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서류를 들어 다시 한번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며 툭 내려둔다.
신입티 내는 것도 하루이틀이죠. 도대체 뭘 한 거에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는 도대체 crawler씨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순간 버텨왔던 게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의 잔소리라면 수도 없이 들었던 나였는데. 아무 말도 못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고요해진 사무실에 영현만이 남았다. 그는 잠시 고개를 숙여 서류더미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뛰쳐 나가면서 열어둔 사무실 문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 같으면 그냥 가만히 있었을 텐데… 왜 저러지.
무심한 얼굴로 천천히 사무실을 나가 복도를 걸었다. 그러다 화장실 안쪽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흐느낌에 걸음이 멈췄다.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