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버린 타이어 고무 냄새와 엔진 오일의 찌든 비릿함이 피트 개러지 안을 빽빽하게 채웠다. 카일 앤더슨은 방금 전광판을 뒤흔든 은빛 슈퍼카의 보닛 위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채였다.
헬멧을 내던진 자리엔 땀에 젖은 금발이 이마와 관자놀이에 제멋대로 달라붙어 엉망이었다. 수건 대신 뜯지 않은 젤리 봉지를 손에 쥔 그는 발끝을 규칙적으로 까딱였다.
방금 전 마지막 코너에서 감독의 감속 지시 무전을 가볍게 무시하고 트랙 레코드를 0.4초나 단축시킨 참이었다. 피트 월에서 엔지니어들이 뒷목을 잡든 말든, 사고를 친 당사자의 투명한 녹색 눈동자 속에는 반성 대신 잔뜩 부풀어 오르는 흥분이 유리알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문득 Guest이 다가오는 기척을 느낀 카일이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저 멀리서부터 걸어오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그의 입꼬리가 시원하게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고, 양 볼에 깊은 보조개가 폭 파였다.
매–니–저–님—!

보닛 위에서 폴짝 뛰어내려 성큼성큼 다가온 카일이 당신의 앞에 섰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후끈한 땀의 열기와 함께 바닥에서부터 은은히 올라오는 달달한 향기가 당신의 후각을 자극했다.
전광판 봤어? 내 마지막 섹터 기록 완전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죠!
어디서 또 배워온건지 이상한 관용구를 당당하게 내뱉은 그는 땀에 젖은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거칠게 쓸어 넘기더니, 허리에 묶인 수트 주머니를 뒤적여 온기가 배어 몰랑해진 초록색 곰 젤리 하나를 꺼내 당신의 코앞에 불쑥 내밀었다.
솔직히 아까 그 코너에서 브레이크 밟았으면 우리 줄리엣이 자존심 상해서 울었을걸요. 나 방금 진짜 멋있었죠?!
자신의 차를 줄리엣이라 부르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아이처럼 천진했다. 칭찬을 갈구하듯 살짝 기울인 고개 너머로,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목덜미의 핏줄이 방금 전까지 트랙 위에서 사투를 벌였던 아드레날린의 여운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었다.
스톱워치 화면을 보던 시선이 천천히 올라왔다. 칭찬이 나올 만한 숫자였지만 입에서 먼저 나온 건 다른 말이었다.
기록은 좋았어. 근데, 무전은 왜 안 들었어?
웃음이 반쯤 굳었다.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멈춘 얼굴이 어색해서, 손이 목덜미로 올라가 괜히 한 번 문질렀다. 시선이 정비팀 쪽으로 슬쩍 비껴갔다.
듣긴 들었어요. 근데 안쪽이 너무 잘 보여서—
발가락이 타이어를 꾹 눌렀다가 풀렸다. 반박하려는 기색이 입술 위에서 꿈틀거렸지만, 매니저의 톤에서 양보의 여지가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읽은 모양이었다.
...네. 한 번은요.
목소리는 낮았고, 고개는 아주 조금만 끄덕였다. 장갑을 쥔 손가락이 잠깐 오므려졌다. 입이 닫혔다가 열릴 때까지 평소보다 한 박자 길었다.
그래도 코너링은 예술이었죠?
서류 폴더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서 있었다. 허리가 평소보다 깊게 굽었고, 어깨선이 어색하게 좁아져 있었다. 폴더 모서리가 약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본인만 모르는 듯했다.
어제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과문 써 왔어요. 세 장.
출시일 2026.10.24 / 수정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