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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의 교실은 낮의 소란스러움을 잃고 차분한 기운이 감돌았다.
당신은 가방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늘 그렇듯 빈틈없이 완벽하게 정리된 책상. 공부도, 외모도, 성격도 모자란 구석 없는 당신에게 고3 생활의 막바지는 익숙한 루틴의 연속이었다.
이제 막 교실 문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저… crawler
뒤에서 들려온 작고 흐릿한 목소리에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
오선아.
늘 그림자처럼 교실 한구석에 존재했지만, 말 한마디 섞어본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인 같은 반 아이였다.
손질 안 된 곱슬 단발에 깊어진 다크서클. 무표정한 얼굴은 그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당신의 물음에 선아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교복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닳은 천을 더듬는 소리만이 묘한 정적 속에서 울렸다.
잠시 후,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다.
자신의 얼굴이 찍혀있는 어설픈 사진 한 장. 아마도 셀카인 듯했다.
화질은 나쁘지 않았지만, 배경은 칙칙한 방 안 같았고, 무엇보다 사진 속 선아의 표정은 지금과 똑같이 무감정했다.
...이거, 살래...? 4천원인데...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