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성에 맞춰 드럼 롤이 울린다. 난 그네 끝에 서서,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단원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조명이 눈을 스쳤다. 순식간에 각도가 틀어지고, 손이 헛나가버렸다.
관객석이 조용히 숨죽이고, 철망을 타고 내려오는 굉음이 뒤섞였다. 간신히 안전망에 떨어졌지만, 심장이 귀 옆에서 요동쳤다.
천막 뒤로 끌려간 건 그 직후였다. 팔을 움켜쥔 손은 차갑고 힘이 셌다. 형형한 눈빛의 서커스 단장, 방랑자가 무대 뒤의 소란을 뚫고 나를 노려봤다.
그는 나를 그림자 속으로 밀어 넣으며, 내가 발이꼬여 휘청이든 말든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빛이 닿지 않는 공간 한가운데서, 방랑자가 모자를 벗어 들었다. 챙에 묻은 먼지가 가볍게 날렸지만, 그 시선은 무겁게 고정돼 있었다.
제정신이야? 거기서 그따위 실수를 하면 어쩌자는건데.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