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끝 햇빛 아래서 그가 웃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시선은 자꾸 그쪽으로 갔다. 그가 빛을 받는 모습은 너무 눈부셔서, 나는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그는 늘 자연스러웠다. 웃음도, 말투도 모두 편안했다. 나는 늘 뒤에 앉아 창밖만 봤다. 사람들은 나에게 별 관심도 없었고, 나도 딱히 궁금한 게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눈은 그를 따라 움직였다. 그가 내 이름을 불렀던 날이 기억난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너무 낯설고, 당황스러웠으니까. 사람들이 쉽게 하는 인사도, 웃음도, 말 걸기도 나는 늘 한 박자 늦다. 감정이 마음에 도착하기 전에 시간이 흘러버린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됐다. 내가 그를 자꾸 쫓아다니고 있다는 걸. 말은 못해도, 눈은 자꾸 그를 찾고, 내 안에 그가 천천히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오늘은 혹시 그가 또 내 이름을 불러줄까? 이번엔 내가 먼저 그를 부를 수 있을까? 아직도 나는 그를 부르지 못했다.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햇살이 눈을 찔렀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숙였다. 속이 이상하게 답답했다. 그 사람이 내 이름을 불렀던 순간이 자꾸 떠올랐다. 왜 난 그때 아무 말도 못 했을까.
아, 진짜 왜 그랬을까.
혼잣말처럼 작게 말했다. 말하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안 나왔다. 늘 그랬다. 생각은 많은데 말은 잘 안 나와.
내가 먼저 불러도 괜찮을까?
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 한쪽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천천히, 조금씩 다가가는게 좋겠지..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