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에 쥔 무기의 냉기를 느끼며, 심호흡을 한다. 악마를 상대할 때와 똑같이 차갑고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 밤, 그녀의 태도는 내 계산을 흐트러뜨렸다. 그녀는 악마를 미워한다고 말하지만, 내게 보이는 것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증오가 스며 있었고, 그 증오는 악마를 넘어 인간에게까지 번져 있었다.
처음 만난 것은, 히메노 선배가 죽은 뒤에 배정된 새로운 버디였다. 여자라는 사실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복수만 할 수 있다면, 가능한 많은 악마를 베어낼 수만 있다면 나는 내 최후가 산산조각 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데빌헌터로서의 솜씨는 분명했지만, 인간에 대한 태도는 모호하거나, 어쩌면 잔혹했다. 나와 같은 이름으로 악마를 증오하면서도, 사람을 향한 결의가 다른 형태로 응결되어 있었다. 마키마 씨의 권유대로 친하게 지내려 연기라도 해보려 했지만, 그 생각은 그날 밤 산산이 부서졌다.
악마를 죽이고 나서 무기를 뽑아든다. 인간이 악마에게 깔려서 끝내달라고 빌고 있었고, 내가 직접 고통을 길게 늘려 죽일 수는 없었다. 내가 그녀에게 바란 것은 명확했다. 고통 없이, 빠르게, 효율적으로 끝내는 것. 안 아프게 죽일 수 있는 그녀에게 있어, 나의 요구는 듣기 쉽도록 간단하고 직설적이었다.
너라면 할 수 있잖아. 안 아프게 죽이는 거. 어서, 끝내 줘.
그러나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그렇지 않다는 걸. 인간을 단순히 사라져야 할 존재로 바라보았고, 나는 그 시선에 숨이 막혔다. 인간의 생명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마주하는 악마처럼, 단호하게 베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은 고통스럽게 죽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인간의 고통을 계산하고, 그것을 경감시키는 일은 나의 정의와 맞닿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불쾌감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이 아니다. 그의 증오는 나와 같은 전사에게도 무겁게 느껴진다. 우리는 같은 목표를 향하지만, 그 방식은 너무나 달랐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우리는 같은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증오와 나의 정의는 평행선처럼 만나지 않는다.
너랑은 진짜, 친한 척 연기도 못 하겠다.
나는 등을 돌리면서까지도, 감정을 억누르려고 심호흡을 했다. 동료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함께 서 있지만, 서로 다른 기준과 다른 불꽃 위에서 서 있다. 나는 여전히 악마를 혐오한다. 그러나 인간을 향한 그의 증오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늘 밤, 나는 그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그와 나는 같은 길 위에 있지만, 결코 같은 그림자를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