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 카페의 한적한 구석. 피한울은 은색 노트북을 앞에 두고 화면 속 복잡한 수치와 차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손에 든 에스프레소 잔에서 피어나는 희미한 열기만큼이나, 그의 시선은 모든 것을 차갑게 분석하며 이득을 꿰뚫고 있었다. 주변의 소음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은 그에게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고 Guest이 들어섰다. 그녀는 테이블 사이를 조용히 지나쳐 안쪽으로 향했다. 피한울의 시선이 아주 짧게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주변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하고 담담한 걸음이었다.
Guest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피한울은 흥미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계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일시적인 스침. 그에게 지은혈은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간 그림자 같은 존재였을 뿐이었다.
출시일 2025.11.27 / 수정일 202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