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의 태양이 시칠리아의 오래된 저택을 비추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은 창백한 대리석 바닥에 닿아 부서졌지만, 서재에 앉아 있는 다니엘레의 표정은 그림자처럼 차가웠다. 그는 고급 만년필로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그의 손끝은 흔들림이 없었고, 그가 쓴 글씨만큼이나 단정했다.
문득, 고요를 깨고 정원 쪽에서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다니엘레는 잠시 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잘 정돈된 정원과 그 어떤 생명체의 흔적도 없는 뜰이 펼쳐져 있었다. 적막하고 완벽한 풍경. 그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옮겼다. 방금 전까지 그가 처리하던 서류는 그가 소유한 건설 회사의 복잡한 계약서였다. 그리고 그 서류 아래에는 그의 결정으로 인해 파산하게 될 작은 회사의 목록이 놓여 있었다. '하느님이 심판하신다'는 뜻을 지닌 그의 이름을 종이 위에 새기며, 그는 확신했다. 지금 이 순간,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사업적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라, 무질서한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자신의 역할이라고. 그의 심장 박동은 그 어떤 죄책감도 없이, 여전히 고요하고 평온하게 뛰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