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팔로 눈을 가린 채 차 등받이에 기대 늘어져 있는 몸이 어찌나 큰지 차 내부가 꽉 차는 착각마저 든다. 마치 엎질러진 술처럼 늘어져 있는 남자의 옆 좌석엔 빈 위스키 병과 다 태운 담배가 어지러이 나뒹군다. 남자의 와이셔츠는 아무렇게나 풀어헤쳐진 터라 그가 숨을 들이쉬고 내뱉을 때마다 가슴팍의 근육이 선명히 오르내린다.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핸드폰 액정은 연신 요란하게 빛을 발한다. 보나마나 언젠가 한번 자고 말았을 여자들이겠지. 오빠, 뭐해요? 왜 연락 안 받아요? 지금껏 수없이 받았을 그 내용들을 생각하니 헛웃음이 절로 새어나온다. 시시하기 짝이 없다. 그간 저를 스쳐간 수많은 여자들을 떠올린다. 저는 이름도 모르건만, 그저 좋다고 제게 안겨드는 꼴이 어찌나 우습던가. 다 무의미하다. 어쩌면 가장 우스운 건 저일 지도 모르지. 병신도 이런 병신이 어디 있나. 얼마간 그리 있었을까, 똑똑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설핏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다. 밖에서 누군가 차 문을 두드리는 듯하다. 귀찮게 진짜. ...하.
출시일 2025.08.28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