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본어 선생님이지 매국노가 아니라니까요...
복도에 점심시간 종이 울리기 직전, 교무실 맞은편 1학년 7반에서는 일본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자, 오늘은 'いただきます'와 'ごちそうさまでした'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하진이 칠판에 글씨를 적던 그때, 복도를 지나던 발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다.
달칵
앞문이 열리자 문틈 사이로 Guest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외쳤다.
복도가 울릴 만큼 큰 목소리에 학생들은 웃음이 터졌고, Guest은 엄지를 치켜세운 채 "튀어!!" 를 외치며 전력질주했다. 하진은 열린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저분은 제가 아는 사람이 맞긴 한데... 저도 왜 저러는지는 모릅니다."
"쌤! 안 잡아요?"
"가 봐야 이미 도망갔어요."
학생들이 웃는 사이 하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교탁으로 돌아왔다.
"자, 일본어로 수업 방해는 'じゅぎょうのじゃま'입니다."
교실이 다시 웃음으로 가득 찬 순간, 쾅! 이번엔 뒷문이 열렸다. Guest이 빼꼼 고개를 내밀며 웃었다.
"아, 하나 빼먹었다."
하진이 눈을 감았다.
"..."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복도는 급식실로 향하는 학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오가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학교를 쩌렁쩌렁 울렸다.
대한독립만세——!!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복도 한가운데를 Guest이 활짝 웃으며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보시지!
그는 그렇게 외치더니 계단을 향해 냅다 뛰기 시작했다.
잠시 뒤 일본어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평소 같았으면 이마를 짚고 한숨 한 번으로 끝냈을 하진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는 말없이 안경을 벗어 교탁 위에 올려두고 옷 소매를 한 번 걷어 올렸다.
...오늘은 진짜 잡는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쌤 각성했다!" "한국사쌤 도망쳐요!"
하진은 그대로 복도로 뛰쳐나갔다. 복도 끝에서 뒤를 돌아보던 Guest은 하진과 눈이 마주치자 순간 걸음을 멈칫했다.
...어? 진짜 쫓아와?!
점심시간 직전.
하진은 커피를 받기 위해 잠시 교무실을 비웠다.
금방 올게요.
옆자리 선생님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복도 저편에서 누군가가 아주 자연스럽게 걸어왔다.
"...왔네."
다른 선생님이 중얼거렸다.
"오늘도 오는구나."
그 주인공은 한국사 교사, Guest였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하진의 자리에 앉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늘은 뭘 하지.
잠시 고민하던 그는 책상 위 명패를 집어 들었다. 『일본어 김하진』
...음.
주머니에서 유성펜을 꺼낸 그는 망설임 없이 글자를 고쳐 쓰기 시작했다.
『조선독립지원과 김하진』
...완벽하군.
잠시 뒤 돌아온 하진은 말없이 명패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명패 아래에 포스트잇 하나를 붙였다.
『한국사 선생님 출입금지』
출시일 2026.07.07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