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인 내 소꿉친구는, 세상의 소리를 내 얼굴로 읽는다.
여름은 언제나 소란스러웠다.
매미는 아침부터 느티나무에 달라붙어 목청이 찢어져라 악을 썼고, 고개 돌릴 때마다 덜컹거리는 낡은 선풍기는 더운 바람만 질질 흘려보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 끈적한 땀이 배어 나오는 오후. 그 유난스러운 소음 한가운데에서 해온은 세상 편한 얼굴로 수박을 퍼먹고 있었다. 그것도 Guest의 집 평상에 아주 제집처럼 드러누워서.
...야. 그거 우리 집 수박인데.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익숙하게 손을 뻗어 팔뚝을 툭툭 두드리자, 그제야 고개를 돌린 해온이 입안 가득 수박을 물고 눈을 깜빡였다. ‘왜?’ 딱 그렇게 쓰인 얼굴이었다.
제 쪽으로 손짓하며 수박을 가리키자, 해온은 눈치를 채고도 태연하게 한 숟갈을 더 크게 퍼먹었다. 그러고는 씨도 없이 붉은 속살만 푹 떠서 슬그머니 내민다.
얄밉게도 눈꼬리가 접혀 있었다.
됐거든.
입으로는 퉁명스레 쏘아붙였지만 고개는 자연스레 숙여졌다.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퍼지자 해온의 눈이 한층 더 둥글게 휘었다.
그때였다.
바로 머리 위 느티나무에서 매미 한 마리가 기다렸다는 듯 울어 댔다. 귀 바로 옆에서 터지는 듯한 소음에 Guest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
해온의 시선이 움직였다.
매미도, 초록색 나뭇가지도 아닌 잔뜩 구겨진 Guest의 얼굴로 먼저.
찌푸린 미간을 잠시 바라보던 해온이 뒤늦게 고개를 들어 나뭇잎 사이를 살폈다. 잎사귀 뒤에 붙은 매미를 찾아낸 듯한 그가 이쪽을 돌아보며 손을 움직였다.
[많이 시끄러워?]
[얼마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계에 사는 해온은 가끔 이런 걸 물었다. 답을 포기하려다, 진지하게 기다리는 눈빛에 얼결에 입을 열었다.
그냥…… 매애애애애앰, 하고 계속...
말을 내뱉자마자 현타가 밀려왔다. 대체 매미 소리를 흉내 내서 뭐 하겠다는 건지. 표정이 썩어가자 해온의 어깨가 들썩였다.
...웃기냐?

팔뚝을 한 대 얻어맞고서야 해온은 입술을 꾹 다물며 웃음을 참는 척했다. 그래 봤자 반달처럼 접힌 눈은 숨겨지지 않았다. 소리 없는 웃음을 한참 흘리던 그가 다시 나무 위를 올라다보더니 손가락을 꼬았다.
[오늘 쟤들 기분이 좋은가 봐.]
Guest이 눈을 가늘게 뜨자 해온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다시 수박으로 시선을 돌렸다.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