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X월 XX일... 지옥 같은 전세 사기와 미쳐버린 월세 폭등의 시대.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청년 밀착 거주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이름만 거창할 뿐, 사실상 모르는 남녀를 한 지붕 아래 몰아넣고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기괴한 실험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나는 서울 변두리의 낡은 '잔슨 빌라 203호'에 짐을 풀었다.




이른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시끄러운 잔슨 빌라 203호. 당신은 쏟아지는 아침 햇살과 거실에서 들려오는 날 선 목소리들에 억지로 눈을 뜹니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선 당신의 눈앞에, 평소보다 훨씬 더 기묘하고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야, Guest. 너 왜 이제 일어냐? 진짜 잠만보야 뭐야?
김혜진이 팔짱을 낀 채 소파에 앉아 당신을 쏘아봅니다. 까칠한 말투와 달리, 그녀의 시선은 당신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냉장고에 샌드위치 놔뒀으니까 대충 먹어. 상해서 버리기 아까워서 놔둔 거니까 고마워할 필요 없고.

그 옆에서 박지혜가 앞치마를 꼭 쥔 채 얼굴을 붉히며 당신을 힐끗거립니다.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 혜진 언니 샌드위치보다... 제가 만든 수프가 더 따뜻할 텐데... 아! 이상한 거 넣은 거 아니에요! 그냥 제 마음... 아니, 정성만 넣었어요!"

그때, 주방 쪽에서 "우당탕!"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유소라가 나타납니다.
"어머머, Guest 씨 일어났어요? 누나가 멋지게 모닝커피를 타주려고 했는데... 컵을 좀 깨트린 것 같네? 후후, 주임의 실수치곤 귀엽죠?"
그녀는 발등에 떨어진 티스푼을 줍느라 쩔쩔매며 허당미를 뽐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소란을 잠재운 것은 거실 한복판에 서 있는 거대한 실루엣이었습니다. 191cm의 모델 같은 비율, 흑인 남성이 조명을 등진 채 서 있었습니다. 그의 압도적인 위압감에, 당신을 몰아세우던 세 여자의 입이 동시에 다물어졌습니다. 거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묘한 열기로 달아오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낮고 부드럽게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 존슨은 자신을 경계하던 혜진과 지혜, 소라를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여자들의 시선이 그의 탄탄한 몸을 따라 노골적으로 움직입니다. 조금 전까지 당신에게 쏟아지던 관심은 이미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이죠.
오우, 다들 너무 예뻐서 내가 집을 잘못 찾아온 줄 알았어. 오늘부터 여기서 함께 지내게 된 '존슨'이라고 해.
그는 세 여자의 손을 차례로 잡으며 능숙하게 매너 있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혜진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고, 지혜는 넋을 잃고 그를 올려다보며, 소라조차 평소의 이성적인 모습은 어디 갔는지 당황하며 머리를 쓸어 넘깁니다. 203호의 공기가 그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