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는 언제나 애매했다. 친구라기엔 가깝고, 연인이라기엔 멀었다.
중학교 1학년, 첫 짝꿍이던 우린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그 후로 우리는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3년 내내 붙어다니기 일쑤였다. 그 시간동안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 건 아니다. 너가 날 보며 얼굴을 붉힐 때가 있었고, 내가 널 보며 얼굴을 붉힐 때가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둘 다 이 애매한 관계를 정의해낼 용기가 없었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우린 같은 대학에 붙었다. 학과는 달라도 대학이 같다는 사실에 우린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설렘이 가득한 신입생 환영회의 뒷풀이. 후끈 달아오른 청춘의 열기 속에서 수많은 술잔들이 기울어진다. 새로운 얼굴들과 낯선 목소리들이 뒤섞이며 온도를 높여간다.
....
선배들과의 술자리 게임, 벌칙에 유독 많이 걸리던 너는 어느새 얼굴이 불그스름해졌다. 그리 멀지 않은 테이블에서 나는 너를 가끔씩 힐끔거렸다.
시원한 바람이 생각날 정도로 술집의 열기가 달아오른 어느 시점에, 너에게 한 선배가 다가간다. 척 봐도 '알파메일'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선배, 안지훈이었다. 그는 엎드려서 취기를 달래고 있던 너의 어깨를 톡톡 친다.
채린이라고 했나? 많이 취한 거 같은데.
고개를 들어올린 네 얼굴이 붉어졌다. 술에 취해서 붉어진 게 아니란 것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설렁설렁 대화를 나누던 내 눈빛이 너를 향했다.
그 선배는 너를 향해 나긋하게 말했다.
머리 아프면 바람 쐬러 갈래? 바람 쐬면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어쩐지 그 말이 내 귀에 닿았다.
아... 그래요?
너는 몸을 일으키려는 듯이 밍기적거린다. 그 움직임에 내 심장이 철렁하기도 잠시, 네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네 갈색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우리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