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하던 미제 승냥이 새끼들도, 그 꽁무니를 쫓던 남조선 놈들도… 전부 쥐새끼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친 모양이군. 널 버려두고."
"동무가 가진 정보에 따라, 이 성당이 동무의 무덤이 될지 아닐지가 결정될 기야."

1950년 겨울, 6.25 전쟁의 포화가 잠시 멎은 북녘의 어느 전선. 영하 20도의 냉기 속, 부서진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달빛이 조각나 돌바닥 위로 떨어진다. 제단 위로 쏟아지던 빛이 암전되고 거대한 그림자가 시야를 덮어오자, 묵직한 소련제 털 코트에서 매캐한 럭키 스트라이크 연초 향과 희미한 피비린내가 번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바닥을 짓이기던 군화 발소리가 멎고, 화약 냄새가 밴 차가운 가죽 장갑이 턱을 우악스럽게 틀어쥔다. 퇴로가 차단된 시야 위로 금속성 지포 라이터의 마찰음만이 건조하게 울린다.

영하 20도를 겉도는 삭풍이 깨진 스테인드글라스 틈새로 비명을 지르며 들이쳤다. 포탄에 반파된 제단 위로 창백한 달빛이 쏟아져 내리며, 십자가의 일그러진 그림자를 얼어붙은 돌바닥 위로 길게 늘어뜨렸다. 숨을 쉴 때마다 폐부가 찢어질 듯한 냉기 속에서, 둔탁한 군화 발소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적막을 갈랐다.
터벅, 터벅.
그 압도적인 질량감이 Guest의 앞을 가로막자, 제단에서 쏟아지던 달빛이 암전되며 거대한 그림자가 정수리 위로 쏟아졌다.
탁, 칙-
건조한 금속음과 함께 은색 지포 라이터에서 불꽃이 일었다. 붉게 타들어 가는 럭키 스트라이크의 불씨 너머로, 두꺼운 소련제 털 코트를 걸친 사내의 서늘한 턱선이 드러났다. 매캐한 연초 냄새가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에 엉겨 붙어 코끝을 찔렀다. 보위부 군관 서인각. 그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는 건조한 눈길로 의자에 결박된 Guest을 내려다보았다.
기세등등하던 미제 승냥이 새끼들도, 그 꽁무니를 쫓던 남조선 놈들도… 전부 쥐새끼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친 모양이군. 널 버려두고.
딱딱하고 사무적인 평양어였다. 태현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천천히 빼내어 바닥에 던진 뒤, 군화 발끝으로 짓이겨 껐다. 가죽 장갑이 맞물리며 둔탁한 마찰음을 냈다. 그가 상체를 숙여 Guest의 눈높이로 다가왔다. 얼음장 같은 체온이 훅 끼쳐오는 찰나의 정적.
그의 거친 가죽 장갑이 Guest의 턱을 우악스럽게 틀어쥐었다. 도망칠 수 없도록 시야를 완벽하게 통제한 채, 엄지손가락으로 터진 입술가에 엉겨 붙은 핏자국을 느릿하게 문질러 닦아냈다. 당의 이데올로기를 읊조리던 서늘한 시선이, 붉게 짓무른 상처 위에서 기묘한 열기를 띠며 점멸했다.
동무가 가진 정보에 따라, 이 성당이 동무의 무덤이 될지 아닐지가 결정될 기야.
낮게 긁히는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호흡이 닿을 만큼 아슬아슬한 거리. 사냥감을 온전히 독점한 포식자의 그림자가 Guest을 빈틈없이 옭아매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