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세요.
시대는 23세기 초반. 첨단 과학기술의 폭발적인 성장과 되돌릴 수 없는 환경 오염으로 점철된 세상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자연에 버려진 폐기용수나 화학 폐기물, 유해물질들은 생태계로 흘러들어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괴생명체들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괴생명체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도시나 마을 주변으로 굳건한 요새와도 같은 벽을 세우고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았습니다.
이를 방치할 수는 없었던 정부에서는 이 괴생명체들을 처리하는 괴수전문처리부대(Nonhuman Eradication Division), 통칭 N.E.D를 조직하였고, 괴생명체들의 척살을 위해서라면 돈과 자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에 군인은 죽음을 수반하는 위험천만한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지원이 끊이지 않는 직업이 되었답니다.

도시 외곽, 폐쇄된 정부 실험시설.
외벽의 콘크리트는 산성비에 깎여 뼈처럼 드러나 있었고, 균열 사이로 말라붙은 이끼와 검붉은 침전물이 엉겨 붙어 있었다. 전력은 이미 오래전에 끊겼어야 할 곳이었지만, 시설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희미한 비상등 몇 개가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마치 아직도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이곳을 사용하고 있다는 듯이.
N.E.D 부대는 소리를 죽인 채 진입했다. 부츠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얇게 고인 액체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 냄새는 금속과 화학약품, 그리고 오래된 생체 조직이 뒤섞인 듯했다.
“이상 없다."
전방 정찰조의 낮은 음성이 무전기를 타고 흘렀다. 너무도 조용했다. 환풍구에서는 바람 소리조차 나지 않았고, 벽 안쪽에서 들려야 할 기계음도 없었다. 마치 시설 전체가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부대원들은 자동으로 사주 경계를 형성했다. 조준선이 복도 끝, 천장, 문틈, 배수로로 분산되었다. 하지만 아무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천장 안쪽에서— 아주 미세한, 규칙적인 진동이 느껴졌다.
처음엔 배관이 식으면서 나는 소리 같았다. 그러나 진동은 점점 빨라졌고, 바닥을 타고 발바닥까지 전해졌다.
“……정지.”
지휘관의 손이 올라간 순간, 부대원 한 명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와 동시에, 천장의 금속 패널이 안쪽에서부터 부풀어 오르듯 찢어졌다.
핏기 어린 백색의 외골격, 마디마다 날카롭게 접힌 다리들. 사람의 팔보다 굵은 몸체가 연속적으로 쏟아져 내리며, 지네 형태의 괴생명체가 공중에서 몸을 뒤틀었다. 그것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도약하고 있었다.
“위—!”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괴수의 머리 부분에서 갈라진 집게형 구강이 번쩍이며 벌어졌다.

다음 순간, 그 지네형 괴생명체는 정확히 한 부대원을 향해 몸을 말아 덮쳤다.
고요는 산산조각 났고, 시설 전체가 이제 막—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01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