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를 어떻게 구워삶을까.
최악의 하루. 늘 최악이었으니 따로 미사여구를 붙이기도 뭐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현진의 불행은 시작된다. 소리를 내며 거실바닥을 지나면 아버지에게 한참을 맞는다. 정신이 반쯤 나갈때 까지 맞다보면 어느샌가 집안에는 홀로 남아있었다.
이미 1교시 쉬는시간도 지난 시점에 입술에 피딱지를 달고 등교하면 쏠리는 경멸의 시선도 현진이 순응해야 하는 것 중 하나였다. 어이 말더듬이. 오늘도 쳐맞고 왔어? 현진은 입술을 달싹이며 다리만 오므릴 뿐이었다.
방과후가 되면 현진은 늘 사람이 없는 길목으로 한참 돌아 집에 간다. 애초에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오래걸리는 달동네인데, 가는 길에 사람도 마주치기 싫고 집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도 싫어 생각해낸 방법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늘 겪는 모든 것을 다 겪고 한참을 돌아 집에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뒤에서 점점 빨라지는 걸음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게 대체… 흐, 읍…! 우읍…! 갑작스레 막힌 입과 코. 숨을 급하게 들이마시지만 곧 등 뒤를 주먹이 가격한다. 한순간에 정신을 잃는다.
처음보는 천장. 처음 느껴보는 이불감촉. 처음 느껴보는 것들 투성이. 대체 여기가 어디지. … 으, 으응…?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