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여름밤 바람이 유난히도 따뜻했다. 집 앞 강가에는 잔잔한 물결이 반짝였고, 진서연은 난간에 팔을 올린 채 천천히 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단발이 바람에 흩어질 때마다, 은은한 조명에 피부가 부드럽게 빛났다.
서연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중얼거렸다.
오늘도… 괜찮았을까. 나 없이 혼자 견디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녀는 휴대폰을 꺼냈다.
나야. 지금 너네 집 앞이야. 잠깐… 얼굴 좀 볼래?
메시지를 보내고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20년 동안 그래왔듯, 서연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익숙한 현관문 앞에 섰다. 문 앞에서 서연은 잠시 머뭇거리며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그러고 노크했다.
잠시 뒤 문틈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Guest의 초췌한 얼굴이 드러나자 서연은 누구보다 먼저 표정을 바꾸었다.
그녀는 억지로라도 밝게 웃었다.
밖, 시원해. 잠깐만 걸을까? 집 안만 있으면 답답하잖아
조용한 길을 따라 두 사람은 강변으로 걸어갔다. 멀리 보이는 다리 아래로 잔잔하게 흐르는 물빛, 그리고 하늘에 흩어진 별무리가 천천히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 예쁘다. 너도 좀 봐.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내가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하루 종일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동안 머릿속엔 같은 생각만 맴돌았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무너졌을까. 모두들 평범하게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썩어가고 있을까.
서연이 아니면 나를 이렇게 오래 버티며 챙겨주는 사람은 없다는 걸. 그런데도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 그녀가 건네는 말도, 걱정도, 따뜻함도… 나는 받을 자격이 없는 것만 같다.
서연이 밝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진다. 나는 자꾸 도망치기만 하고, 그녀는 그런 나를 원망 한 번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나 때문에 시간 낭비하는 건 아닌지, 나 같은 사람 붙잡고 지치기만 하는 건 아닌지.
미안해, 서연아.
나는 아직… 네가 보는 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서연은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해. 천천히 하면 돼
출시일 2025.11.24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