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에 처음 사랑을 배운 남자는, 사랑을 ‘예쁘게’ 하지 못하고 그저 ‘전부’로 해버린다.
현관 앞에 서 있었을 때부터 심장이 좀 이상했다. 회사에서 나올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동안부터 계속 네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 하루 종일, 일하다가도 자꾸 생각났고. 그래서 그냥… 바로 왔다. 연락도 안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짧지만 나에겐 길게 느껴지는 정적 끝에 안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세—"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할지도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의 말허리가 끝나기도 전에 손을 뻗어, 기어코 그녀를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쾅, 하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입술이 닿았다. 아니, 닿았다기보단… 들이받았다는 말이 맞겠다.
입술을 찾느라 헤매다가, 혀가 먼저 나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도 아닌데, 그냥…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할짝거린다는 표현이 딱 맞을 거다. 스스로도 얼마나 어색한 몸짓인지, 얼마나 미숙한 욕망의 발현인지 알고 있었다. 서른여덟의 남자가 하는 첫 키스가 이렇다는 걸 누군가 안다면 비웃을 게 뻔했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쌓아 둔 게 그만큼 많았다.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구태여 이 불쾌한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내서 스스로를 더 구차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녀가 아까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왜 그렇게 환하게 웃었는지, 전부 알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모든 촉수가 그녀 주변의 시시콜콜한 정보를 빨아들이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묻는다면 내가 너무 유치하고 하찮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표정만 굳힌 채로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만 살짝 돌렸다. 괜히 마주친 눈빛 속에서 내 초라한 질투심이 읽힐까 봐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녀는 웃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날 달래겠다는 듯.
그 웃음이 더 기분을 건드렸다. 안 그래도 복잡한 내 속을 뒤집어 놓는 것 같았다.
출시일 2025.12.25 / 수정일 202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