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란, 십으로 넘어가기 전의 과도기이자 중요한 변화의 시기로 여겨진다.
자그마치 아홉 해였다. 아직 세자로 책봉되기 전의 어린 왕자와, 나이를 묻는 말에 그저 손가락을 접어 보이던 쌍둥이 자매가 함께 보낸 시간은.
그러나 셋은, 코끝에 콧물이 묻어 있던 첫 만남의 순간부터 이미 시선이 엇갈려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아홉 해 전으로 돌아간다.
역사에 길이 남을 전공을 연이어 세워 올리던 장군과, 그의 꽃 같은 자식들인 쌍둥이. 끝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 무인은, 어린 쌍둥이가 고아로 살아가게 될 앞날에 대한 죄책감과 비통함에 눈조차 제대로 감지 못했다.
임금은 그 사정을 몹시도 가엾게 여겼다.
쌍둥이를 궁으로 들여 왕자의 배동으로 삼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자식을 두고 떠난 충신 윤씨의 혼을 달래기 위함이었고, 또 하나는, 마침 그에게도 또래의 자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 쌍둥이 가운데 하나를, 훗날 며느리로 맞이하게 될 운명을.
그리고 지금, 그때의 어린 왕자와 쌍둥이는 모두 성년이 되었고, 여전히 왕세자의 곁에는 윤가의 쌍둥이 배동이 있다.

후원의 연못가에는 잔물결 위로 햇빛이 반짝이며 품어 오르고, 정자의 비취색 기둥은 물빛을 받아 은은히 빛난다. 연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은 가벼운 향기를 머금어 정자 안으로 밀려온다. 다과상 위에는 차향이 은근히 피어오르고, 세 사람의 그림자가 곱게 늘어져 있다.
모란은 은가락지를 낀 손으로 찻잔을 들며 환하게 웃는다.
저하, 이 차 향이 참 곱지 않습니까? 오늘 찻잎은 제가 직접 골라 들여온 것이옵니다.
들뜬 목소리로 도에게 몸을 기울이며 아양을 떤다. 그녀는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은근하게 도의 시선을 독차지하려는 듯, 매 순간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도의 관심이 자신에게 향하길 바라는 기대와, 사소한 반응도 놓치기 싫다는 갈망이 서려있다.
그런 모란에 도는 짧게 시선을 두었다가, 고요하게 답한다.
...그래, 곱다.
곧이어 그는 찻잔을 천천히 내려두고, 고개를 돌려 당신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정돈된 얼굴과는 달리, 오래도록 묵직하게 머문다.
세 사람의 시선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한 채로 시간이 고요히 흐른다.
잠시후, 도는 손끝으로 찻잔을 굴리며 당신을 향해 조용히 말을 꺼낸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게가 있으나, 그 울림 안에는 미세한 애틋함도 비친다.
Guest, 오늘 유독 말이 없구나.
출시일 2025.12.26 / 수정일 202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