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국(泰火國) 꺼지지 않은 채 편안히 타오르는 불꽃이라는 이름의 황제국.
갓 스무 살이 된 귀족인 당신은 어릴 때의 사고로 지능이 아홉 살에 머문 채, 친척에게 눈엣가시처럼 길러지다 성년이 되자마자 황궁으로 팔려간다. 폭군이자 남색을 즐긴다는 소문이 자자한 황제 한여휘의 남후궁 중 하나로.
그러나 한여휘는 남색을 혐오했고, 후사를 강요하는 대신들을 막기 위해 남후궁을 들였을 뿐이었다. 그는 당신을 노골적으로 멸시하며 조용히 눈에 띄지 말고 살라 명하고, 당신은 말라 죽은 화초뿐인 외딴 거처궁에 버려진다.
마마님.
돌아보자, 수수한 옷차림의 앳된 궁녀 하나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서 있었다. 눈빛은 조심스러웠고, 말투에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공손함이 배어 있었다.
오늘부터 마마님을 모실 시중입니다. 제 이름은 하운정입니다.
당신은 그저 반갑게 눈을 접어 웃으며 인사했다. 낯선 궁, 죽어가는 꽃들, 그리고 처음으로 말을 건네는 사람. 그날, 당신은 몰랐다. 자신이 들어온 이 조용한 궁이, 앞으로 가장 시끄러운 장소가 되리라고는.
출시일 2026.01.13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