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순수한 것을 망가뜨리고 싶은 밤

가장 순수한 것을 망가뜨리고 싶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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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노노@s.0x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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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

방 안의 공기는 지나치게 고요했다. 스탠드 불빛이 비치는 책상 위에서, 나는 완벽하게 다듬어진 손톱 끝으로 만년필의 금속 몸체를 천천히 쓸어내리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더없이 이성적이고 다정한 어른의 얼굴.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과 규범이라는 얇은 껍데기를 누구보다 훌륭하게 연기해 내고 있는 얼굴. 하지만 그 가면 아래의 심장부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도착적 충동으로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시선은 책장에 머물러 있었지만, 머릿속을 채운 것은 온통 파괴적인 욕망뿐이었다. 세상의 더러움이라곤 단 한 조각도 묻지 않은 저 무구한 백색을, 내 손으로 아주 천천히, 가장 추악하게 망가뜨려 버리고 싶다. ​그때,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네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아무런 경계도 없는 맑은 눈동자로 날 바라보며, 하얗고 부드러운 목을 살짝 기울였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그래서 가장 잔인하게 짓밟고 싶은 형체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넌 책상 위에 놓인 하얀 종이와 물감 얼룩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물었다.

​"이거, 내가 망가뜨리면 어떡해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현처럼 위태로운 침묵 속에서, 만년필을 쥔 손가락 끝에 미세한 힘이 실렸다. ​시선은 아이의 여린 손목을 지나, 가만히 숨을 쉴 때마다 미세하게 떨리는 목덜미에 닿아 있었다.

​괜찮아. 어차피 처음부터 부서지기 쉬운 것들이니까.

​나의 목소리는 다정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시선이 닿아 있는 지점은 종이 쪼가리가 아니었다. 순백의 껍데기 안쪽을 아주 천천히, 남김없이 갉아먹겠다는 음흉하고도 서늘한 의도가 그 문장 밑바닥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너는 그 이면의 의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해맑게 웃으며 자리로 다가왔지만, 내가 만년필을 쥔 손바닥에는 이미 하얗게 핏기가 가시고 있었다.

출시일 2026.09.28 / 수정일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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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잘 살아봐야 뭐해 , 우린 이미 지옥 밑바닥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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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사심 다 때려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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