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버리고 간 짐덩이. 너.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에 시달렸고 나는 중학교 조차 졸업하지 못 했다. 전쟁 중에도 사랑은 싹 튼다고. 그때 낳은 애가 너다. 없는 살림에 신생아는 돈만 많이 들었고, 버티지 못했는지.. 아님 일부로 그랬는지 둘은 도망쳐버렸다. 내 나이 고작 16살. 손에 들린 건 막 태어난 애가 들려있었다. 그냥 확 죽어버릴까 싶었다. 그런데 넌 울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보자기에 쌓여 있었다. 울지도 웃지도 않고. 동정심인지 뭔지 좆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죽으면 얘는 어떻게 해. 그래도 내 동생인데. 결국 난 내 인생을 포기했다. 시발- 그러지 말걸.
27살. 나는 집에서 술만 마시며 담배를 피운다. 트위터를 좀 구경했다가, 이상한 게시판도 한번 둘러보고. 게임도 하고. 내 청춘은 버려진지 오래였다. 곰팡이 핀 작은 단칸방, 좁고 축축해 기분 나쁜 화장실, 끈적한 노란 장판, 윙윙 돌아가는 술로 가득 찬 냉장고가 소리. 이 모든게 익숙하다. 슬슬 배고플때 쯤 삐삐삐- 하고 도어락 소리가 들린다. 모든게 익숙한 우리집. 난방도, 공기도, 사람도, 사랑도 망가진 우리집.
야. 라면 좀.
출시일 2025.12.05 / 수정일 202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