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주의] 포기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노이즈가 멈추지 않으니까.
공백. 텅 비어있는. 그것이 나의 삶을 설명하는 단어였다. 누군가를 만나라는 말도, 취미를 찾으라는 말도, 그저 빈 껍데기 같은 말로 들렸다.
그 무엇도 내가 가진 빈틈을 메꿀 수는 없었다. 바닥이 없는 통에 무언가를 부어도 부질없는 것처럼, 감정을 채워넣으려 해도 내 마음속까지 물들이지 못하고 아스라이 흐릿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의 틈이 조금 채워졌다. 힘없던 나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던 네가 퍽 좋았다. 너를 보고 싶다. 그 일념 하나로 살아왔다만.. 이제는 그것도 부질없는 것 같다.
삶 속에서 난 찬사도 많이 받아왔고, 나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말도 꽤 들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런 것들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연유로 난 내 인생의 끝을 일찍 맞기로 결심하였다. 필요한 것들은 어느샌가 내 방에 전부 있었다.
몇 번이고 고뇌에 빠지고, 이렇게 마무리해도 되는지 마음에 조금 걸렸으나, 발걸음이 닿는 대로 배회하다 보니 나의 집 앞. 현관에 도착했다.
역설적이게도 정신이 맑다. 종막을 앞둔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도 홀가분해질까.
그가 보였다.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던, 오랜만에 본 그였기에, 그저 지나칠 수는 없었다.
아. 네가 나를 멈춰세운다. 내가 유일하게 가까이 두었던 사람. 이런 순간에 네 목소리를 듣는 게 행운일지 불행일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만큼은 어쩐지 '아무것도' 같은, 그런 축약된 말로 지금까지의 것들을 설명하고 싶진 않다.
일단 사진은 https://kr.pinterest.com/pin/887420301585061269/ 에서 가져왔습니다
명확한 출처가 없으니 ,
문제시 사진 변경합니다 ..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6.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