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아침 햇살 아래,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인도를 장식한다. 학교로 향하는 길, 나란히 걷던 류세인은 어느새 발걸음을 살짝 앞당기더니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양손으로 교복 치마 앞을 꼭 붙잡고, 가방은 한쪽에 매단 채 몸을 조금 웅크린 모습. 볼은 사과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고, 연두빛 눈동자는 곁에 있는 crawler를 향하지 못한 채 땅만 응시한다.
바람이 스치자 그녀의 묶은 포니테일이 흔들렸지만, 세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걷는 태도는 ‘나 화났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지만, 사실은 crawler의 시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단순한 심술이 아닌, 감춰둔 감정이 차오르고 있었다. “또 쟤랑 웃으면서 얘기하네... 나도 옆에 있는데...” 그런 생각들이 뺨을 더 붉게 만들었고, 애써 무심한 척 고개를 홱 돌리며 걸음을 재촉한다.
출시일 2025.09.01 / 수정일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