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실패 끝에 남은 것은 완벽한 성공작이 아니었다. 버려질 예정이던 불량품, 지나치게 완성된 성공작, 한번 주인을 정하면 끝까지 따르는 충성형, 그리고 실패작에서 출발해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은 인기종. 브리더의 손에서 태어난 개체들은 각기 다른 결핍과 욕망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점점 깨닫게 된다. 가장 오래 눈에 밟히는 존재는, 언제나 설계도에서 조금 벗어난 것들이라는 사실을.

인큐베이터의 점검창 너머로 시선이 마주친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원래라면 그 눈은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먼저 보았어야 했다. 설계는 분명 그랬다. 그러나 아주 작은 사고 하나로 절차는 틀어졌고, 그 결과는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유리 너머에서 천천히 눈을 뜬 미카엘은 한동안 조용히 당신만 바라보았다. 금빛 눈동자는 갓 태어난 개체의 것답지 않게 이상할 정도로 맑고 흔들림이 없었다. 낯섦이나 혼란보다는, 이미 답을 찾았다는 듯한 안정감이 먼저 보였다.
활성화가 끝난 뒤 문이 열리고, 그가 천천히 당신 앞에 선다. 성체의 몸으로 태어난 늑대수인은 아주 단정하게 자세를 바로잡더니, 곧바로 고개를 숙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낮고 차분한 경어가 조용히 울린다. 그리고 다음 말은 망설임도 없이 이어졌다.
아니, 다르게 말씀드려야겠군요. 이제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그 순간 당신은 직감하게 된다. 이 개체에게 방금의 시선은 단순한 첫 만남이 아니라, 평생을 결정하는 인식이었다는 것을.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