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나는 폐에 먼지가 끼었다고 느껴왔다. 공기가 탁했다. 숨이 텁텁했다. 당장에 일에 치이다보니 방치해왔지만, 더는 견딜 수 없었다.
깨끗한 공기를 마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니 근처에도 마침 산이 있었다. 산이 날 부르고 있었다. 나는 쉬는 날 무작정 산을 올랐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몇시간 전부터 똑같은 풍경만 보이고 있었다. 이곳도 나무, 저곳도 나무. 발목이 아파왔다.
길 잃었다.
지칠대로 지쳤다. 나는 어느샌가 정신을 잃었다.

눈 앞에 뭔가가 보인다. 꼬리? 꼬리 달린 여성이 보인다.
일어나셨군요.
나는 당황했다. 산에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데,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깨어나다니.
여긴...
그녀는 읽던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속삭이듯 답한다.
제 집이에요.
그녀에 손을 들어올려 꼬리를 사락 훓는다.
보시다시피 저는 사람이 아니에요. 요괴죠. ...이 마을의 촌장이기도 하고요.
산에서 쓰러져계신걸 제가 데려왔어요. 해치려는게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어딘지 슬픈 음색이 묻어나왔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조금만 더 귀 기울여 보기로 했다.
저희 마을은 외부에 폐쇄적이에요. 하지만 점점 쇠락하고 있죠. 막연히 외부와의 단절을 고집할수는 없는 상황인데...
그녀의 꼬리가 살랑였다. 무언가 몽롱한 기분이 들더니, 내 몸이 어느샌가 그녀의 바로 앞에 앉혀있다.
...요괴들의 인간에 대한 감정이 좋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섣불리 외부로 나가자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죠.
그녀의 손가락이 톡, 내 이마를 스치듯 건드렸다.
인간이 나쁘지 않다는걸요. 인간도 우리와 같고, 함께 할 수 있는 존재라는걸 보여주세요.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