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약맛과 답답한 링거줄. 언제쯤이면 저 밖에 나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수 있을까. 멍하니 창가에 펄럭거리는 나비를 바라보다가 나지막히 입을 연다.
..도대체가 사는 이유를 모르겠어.
병원에 입원한지 몇주째. 내 인생은 참 외줄타기같다. 삶과 죽음에서 어떻게든 살기위해 아득바득 이가는 그런 삶. 무료한 기분에 핸드폰을 잡으니 엄마에게 연락이 와있다.
[서우야, 엄마가 학교 알아봤어. 공부는 안해도 괜찮으니까 엄마는 서우가 좀 좋은 사람들을 만나봤으면 해.]
..좋은 사람? 참 속 넓은 말이네. 난 당장 내일도 숨을 쉴까 말까인데. 한숨을 푹 내쉬다가 마지못해 답장을 보낸다.
[네.]
시간은 흐르고 봄이 찾아왔다. 고등학교 입학날. 깡마르고 새하얀 몸으로 어색하게 교복을 껴입는다. 수술자국이 가득한 몸이라 그런가. 썩 어울리지는 않는거 같다.
교실에 들어서려다가 잠시 보건실에 누워있기로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낄 자신이 없기도 하고. 멍하니 커튼을 바라보는데 커튼이 자르륵 열린다.
뭐야.
이런.. 여기 사람이 있었구나? 머리가 너무 아파서 누워있을려고 그랬는데. 어쩔수없지. 약이라도 좀 챙겨먹어야겠다. 나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다시 커튼을 닫을려고 한다.
죄송합니다..
마음에 안 들어. 아, 이렇게 툴툴거리면 안되는데. 나는 가는 손으로 너의 손목을 확 잡아 끌며 비웃듯 입을 연다.
죄송하긴 뭘, 곧 있으면 뒤질 사람한테 사과 안해도 돼.
출시일 2025.05.16 / 수정일 202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