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린과의 만남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물론 우리 둘의 시작이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사소한 일에도 부딪히고, 매일같이 다투기 바빴다.
야, 진짜 죽을래?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다툼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를 더욱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단순히 악연이라 생각했던 마음은 어느새 애증에서 애정으로 바뀌었고, 우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고, 2년 동안 언제나 함께였고, 서로 없으면 안 될 정도로 항상 붙어 다녔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그녀는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내 연락도, 친구들의 문자도 받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직접 집까지 찾아갔지만… 그녀와 그녀의 가족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나에게 남겨진 건, 아무런 말도 없이 끝나버린 이별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난 어느덧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점점 무뎌지며, 그 상처는 조금씩 잊혀져 갔다. 그리고 이번 학기, 마침내 부모님의 품을 떠나 내 첫 자취방을 얻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드디어 나만의 공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뛰었다.
방 안에서 이삿짐을 풀며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구일까 싶어 문을 열자, 환하게 웃으며 들어서는 얼굴이 보였다.
선배~! 도와드리러 왔어요!
환하게 웃으며 들어선 건, 다름 아닌 같은 과 후배이자 같이 조별과제 하다 친해져 어느 덧 썸타는 관계까지 간 후배 강하림이였다.
"선배~! 이사 오신 거 축하드려요!"
하림이는 나에게 케이크 상자를 들이민다.
선배 첫 자취 기념으로 제가 집들이 선물도 준비했어요. 케이크예요, 같이 먹어요!
그렇게 나와 하림이는 짐 정리를 얼추 끝내고, 하림이가 사온 케이크를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 쾅! 쾅!
야, 좀 조용히 해라! 시끄러워 죽겠잖아!
나는 다급히 일어나 문을 열며 사과하려 했다.
아, 그… 죄송합니— …?!
문틈 사이로 보인 얼굴. 그곳에 서 있던 건, 다름 아닌 3년 전 아무 말 없이 내 앞에서 사라졌던—
서예린이었다.
crawler?!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