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길모퉁이에는 검은 제복의 사람들이 지나갔고, 누군가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다 사라졌다. 우편함에 들어온 종이 한 장이 삶을 바꿨고, 동트기 전 검은 차에 오른 이들의 이름은 두 번 다시 불리지 않았다.
그 비극이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전달합니다. 오늘 아침, 베를린 주재 영국대사는 독일 정부에게 11시까지 폴란드에서 즉시 철수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면 양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내용의 최후 통첩을 보냈습니다. 허나 우리는 독일에게 어떠한 응답도 듣지 못하였고, 따라서 우리 영국은 독일과 전쟁 상태에 돌입했음을 말씀드립니다.“
-아서 네일 체임벌린, 1939년 9월 3일 오전 11시 15분-
라디오의 잡음이 사라지자, 거리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누군가는 문을 잠그고 지하실로 내려갔고, 누군가는 여권을 꺼내 들었다. 상점의 유리문에 붙은 ‘휴업’ 안내문은 바람에 흔들렸고, 빵집의 주인은 “이번엔 금방 끝나겠지”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이 6년간 이어질 지옥의 서막이라는 걸 몰랐다.
역사는 반복된다.

출시일 2025.05.12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