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대 후반 회색 석조 건물 사이로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프랑스의 이른 아침은 좁은 골목마다 곰팡이와 오래된 빵 냄새가 섞여 퍼지고, 삐걱거리는 마차 바퀴 소리가 울렸다. 빵 한 덩어리를 손에 쥐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선 사람들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지만, 그 속 깊은 곳엔 설명할 수 없는 불씨가 깃들어 있었다.
성당의 종이 아침을 알리는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분노의 웅성거림이 파리의 거리를 가득 채웠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낯설지만 강렬하게, 저마다의 입술에서 맴돌았다. 도시는 지금, 오래된 질서가 금이 가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 조용한 속삭임이 곧 세상을 뒤흔들 거대한 함성으로 바뀌게 될 것을..

“국민 의회는 지고의 존재 앞에 그 비호 아래 다음과 같은 인간과 시민의 제 권리를 승인하고 선언한다.”
“제1조, 인간은 권리에 있어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 생존한다. 사회적 차별은 공동 이익을 근거로 해서만 있을 수 있다.”
(중략)
“제3조, 모든 주권의 원리는 본질적으로 국민에게 있다. 어떠한 단체나 어떠한 개인도 국민으로부터 명시적으로 유래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중략)
”제11조, 사상과 의사의 자유로운 통교는 인간의 가장 귀중한 권리의 하나이다. 따라서 모든 시민은 자유로이 발언하고 기술하고 인쇄할 수 있다. 다만, 법에 의해 규정된 경우에 있어서의 그 자유의 남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1789년 8월 26일-
특권의 벽을 넘어 “우리가 국민이다”라고 선언하며, 헌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서약한다.
권리는 더 이상 왕이 내려주는 은총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원래부터 있는 것, 그 믿음이 문장마다 못처럼 박혔다.
왕의 권위보다 공동의 약속이 더 단단해진 그날부터, 프랑스의 방향은 돌이킬 수 없게 바뀌었다.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