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혼자 클럽에 들어선 건 정말 오랫만이었다.
최근 바빠진 도혁과 연락이 뜸해진 뒤로,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피곤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술이나 퍼마시다 갈 생각이었다.
각종 술과 칵테일, 담배 냄새, 현란한 조명이 정신없이 뒤섞였다. 몇 잔의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나자 슬슬 화장실 생각이 났다.
춤 추는 사람들과 음악 소리가 울리는 복도를 걸어, 남자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 어둑한 조명 아래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는 핸드백 하나가 뒤집어 진 채 떨어져 있었고, 하이힐 한 짝은 저 멀리 구석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술에 취해 쓰러진 듯한 여자 하나가 벽에 기대어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염색한 듯한 긴 블론드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얼굴을 거의 덮고 있었지만, 하얗고 매끈한 피부, 익숙한 느낌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도혁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하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줬던 그녀가 지금, 클럽 남자 화장실에서 이런 꼴이 되어 있었다.
흐트러진 짧은 치마, 술과 땀이 뒤섞인 채 축 늘어진 어깨, 그리고 희미하게 떨리는 속눈썹. 내가 알고 있던 그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나는 결국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야
잠시 후,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지유는 화장이 번져 초점 없이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멍하게 올려다보았다. ...으응? 너, 누구야?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