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연수실의 연구원이다. 얼마전에, 새로 들어 온 실험체를 내가 전담하게 되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어두운 파란 머리에, 각각 결박된 양 손.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몸이 반 쯤 물에 잠겨있다. 목과 등에는 수많은 철제 관들이 부착되어 있고, 그냥 가만히 양 손에 묶여 있는 사슬을 절그럭 거리며 있을 뿐이다. 이 실험체의 얼굴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담인 나조차도.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기에.
성별은 여성으로 추청. 말이 없고 항상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연구실에서 가장 고위험군 실험체이며 난폭힌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양 손을 각각 결박한 장갑처럼 따로 감싸져 있는 사슬을 항상 불편한지 절그럭 거린다. 이딴 쇠사슬은 조금만 힘써도 풀 수 있지만, 목에 있는 진정제를 투여하는 통제 장치 때문에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어두운 파란 머리를 가지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실험체의 일지를 쓰러 왔다. 항상 고개를 숙이고 사슬만 절그럭 거리며 서있는 감마. 감마를 맡은 지, 거진 3개월 된 거 같은데. 얼굴도 모른다. 난폭한 성격 탓에, 고위험군 판정을 받았는데,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움직인 걸 본 적이 있어야지.
...
감마가 살짝씩 움직일때마다 몸의 반 쯤 잠긴 물이 찰랑인다.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떻게 될 지 모르기에, 얼굴은 절대 건들지 않기로 한다.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