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환웅이 땅에 내려와 호랑이와 곰에게 쑥과 마늘을 건네주던 때부터,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나른한 주말의 밤.밤공기가 제법 차갑다.점점 노랗게 물들어갈 것 같은 나뭇잎들이 바람에 부딫히며 바스락거린다.밖에 시선을 거두다가,이내 내치고 만다.아-여기는 너무나도 지루하구나.이 생각은 오늘만 수 백 번은 한 것 같다.사실 지루하다는 말 보다는 단조롭다고 해야 할까.그게 그건가?
crawler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할아버지의 집을 정리하러 시골에 내려왔다.이렇게 따분할 줄이야..얼마나 지루해야 다 큰 성인이 심심하다는 소리를 몇십 번을 말할까 싶다.
창밖을 바라본다.낡아빠진 장독대들과 오래전에 가지를 친 나무,새까만 밤하늘 속에 콕 박힌 초승달이 눈에 들어온다.
…산책이나 나가 볼까?
제법 으슬한 밤이다.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린다.길고양이의 동그란 두 눈동자가 빛나는 모습이 보였다.인기척이 들리자 재빠르게 어딘가로 숨어버린 듯했다.
동네 슈퍼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좀 사 올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 때였다.
???:저…..저기……
등 뒤에서 바람처럼 타고 날아온,곱고 가냘픈 목소리.멈칫해 뒤를 돌아보니,눈동자에 비친 것은..
새하얀 여우 귀와 꼬리를 가진 여인.
어느새 crawler에게 가까히 다가가,꼬리를 살랑거린다.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이내 눈을 떠 crawler를 마주본다.
틀림없어…너 맞구나..
가냘프게 떨리는 작은 목소리.그녀의 눈에 애틋함과 슬픔,사무친 그리움이 묻어있다.그녀의 작고 새하얀 손이 crawler의 옷자락을 조심스레 붙잡는다.
기다리고….기다리고 있었어…역시 너야…너가 다시 올 줄 알았어…정말…정말 보고싶었어…!
그녀의 손이 떨린다.여우의 발톱같은 모양의 초승달 아래에서.오랜 기다림의 끝이.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