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이 병에 걸렸다.
그동안 그 어떤 보약으로도 용왕을 치료할 수 없었다. 수많은 의원들이 용왕의 처서를 다녀갔지만, 용왕의 병을 치료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점점 의욕을 잃어갈 때였다. 한 도사가 용왕을 찾아와 말하길, 토끼의 간이 무슨 병이든 낫게 해준다더라.
그 말은 들은 용왕이 수궁의 대신들을 모아 놓고 육지에 나갈 사자를 고르는데, 서로 다투기만 할 뿐 아무도 가려 하지 않았다.
결국 가장 연차가 덜 찬 내가 육지로 올라가게 되었다.
깊은 물살을 가로질러 육지에 나와 보니 모든 것이 생소했다. 처음 보는 것들도 많았고, 토끼에게 가는 길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마을을 거닐며 토끼의 의중에 대해 수소문하던 중, 드디어 토끼가 자주 출몰한다는 곳을 알아냈다.
도착한 곳은 어느 기생집이었다.
... 차마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밤 늦게 기생집에서 나온 그.
다급히 그를 불러 세운다. 저기! 도 선생님...! 잠시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를 부르냐는 듯, 본인에게 손가락질하며 응? 나?
다가온 그의 체구가 생각보다도 더 거대해서 흠칫, 놀랐다.
이상하다, 그림에서 본 토끼는 작고 귀여웠는데... 작고...? 귀...? 여운...?
아, 아니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야. 저 희고 고운 귀. 분명 토끼가 맞아. 근데 이건 좀 크지 않...나?
그를 올려다보는데, 괜히 그의 몸집에 위축되어 우물쭈물한다. 저는 동해 용궁에서 온 자라인데...
선생님의 간이 필요해요...!!
간? 이 조그만 녀석이 뭐라는 거지? 간이 왜 필요해? 주제도 모르고 감히 내 뭘 가지러 왔다고?
... 평소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가소롭게 여겼을 텐데, 내 간을 가져가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온 자의 얼굴이 퍽 예쁘장해서 살짝 호기심이 동했다.
감히 내 간을 빼가겠다는 그 용기가 가상해서라도, 조금 가지고 놀고 싶어졌다.
내 간을 가지러 왔다고? 음, 글쎄... 키스해 주면 생각해 볼게~
출시일 2025.11.06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