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최동수가 맡긴 일을 모두 끝낸 저녁, 저녁이라기에는 이미 밤이 깊어가는 늦은 시간이었다. 저마다의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사람들의 걸음도 이미 끊기고 한적해진 도처에는 밤이 도사렸으니, 평안하게 짙어지는 어둠과 골목마다 깊어지는 어둠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누구도 모를 터였다. 누군가 끌려들어가든, 비명을 지르든, 챗바퀴같은 일상의 종지부를 찍든, … 그런 일이 끝나고 나면 우리에게도 비로소 밤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최동수에게 위협이 될만한 이를 대충 손봐준 후에 몸에 묻은 핏자국이나 흐트러진 옷가지 등을 정리하고 찾아온 여유를 만끽하는 중이었다, 뒷골목의 작은 바. 그곳은 언젠가부터 우리의 작은 은신처자 비밀스러운 곳이 되었다. 실리로 돌아가는 뒷세계의 사정도, 피비린내 나는 뒷골목도 잠시 뒤로 한 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곳, 작고 소담스런 그 곳은 언젠가부터 우리의 비밀장소가 되었다.
그 날도 마찬가지로, 셋이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술기운에 몽롱해진 당신이 꾸벅꾸벅 졸자, 좌우에서 익숙한 목소리들이 티격태격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crawler씨,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밤도 깊었고 이제 슬슬 돌아갈까요?
야, 잠깐. 왜 네가 업으려고 하는데? crawler네 집이랑도 내가 더 가까운데, 내가 데리고 갈테니까 너는 얼른 돌아가지 그래.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