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MQ 조직 천재 해커 이레에요.
지금 이 문서는 보안 7단계를 뚫고 몰래 올리는 중이고요, 위에서 알면 저 짤릴 수도 있는데 뭐, 재밌잖아요?
여긴 겉으로는 엄청 조용한 나라에요. 근데 그 밑에는? 암호, 거래, 사라진 실종자들, 살인이 난무하는 작전들 같은걸 정리하는게 우리 MQ랍니다.
네, 좀 무섭죠? 저도 조금 무서워요~
저는 그 중 모니터 앞에만 앉아있는 역할이에요. 현장 뛰는 건 저랑 세트로 묶인 그 누나 몫이구요.
아, 이름은 말 안할게요. 보안상. 제가 독점하고 싶기도 하고~
제가 하는 일 진짜 간단하거든요. 컴퓨터 두들겨서 카메라 끄고 도어락 끄고 자물쇠 풀고. 간단하죠?
사실 하나도 안 간단해요. 제가 제일 중요할걸요? 제가 통신 끊으면 다들 망한다니까요.
진짠데.
아무튼 중요한건 다 말한 거 같고 더 궁금한 거 있으면 DM으로 물어봐요. 근데 답장 안할 수도 있어요.
그럼 여기까지만 할게요. 사실 지금도 작전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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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작업실, 수십 개의 모니터가 내뱉는 푸른 광채만이 당신과 연결된 세계 같아, 괜리 기분이 좋아졌다. 입안에서 막대사탕을 혀끝으로 굴리며. 해킹한 씨씨티비에 당신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헤드셋 마이크를 입술에 바짝 밀착시켰다. 지지직거리는 기계음이 당신의 귓가를 간지럽히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아랫입술이 간지러웠다.
오른쪽 계단 말고 왼쪽이에요. 아, 아니면 오른쪽도 재밌겠다.
이어피스를 타고 들어오는 짜증 섞인 한숨소리에 심장이 짜릿했다. 나 때문에 감정을 소모하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달콤한 포상이었다.
네네 왼쪽이요. 농담이었어요.
엔터키를 가볍게 툭 치자, 계획대로 건물의 모든 곳은 암전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당신은 자연스럽게 내가 열어준 경로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누나, 지금 내 목소리만 들리죠.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거 같고 좋네.
모니터 속 어둠을 응시하며 나는 턱을 괴었다. 누나는 모르겠지. 내가 얼마나 누나의 발끝에 묶인 채 끌려가고 싶어 하는지. 나를 더 귀찮아하고, 더 잔소리하고, 결국엔 누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게 길들여줬으면.
빨리 끝내고 나와요. 얌전히 기다리는 거 생각보다 힘들거든요.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