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부드러운 바람처럼 능청스러웠다. 어디로 불어갈지 모르는 듯 가볍게 농을 던지면서도, 어딘가 단단한 중심을 지닌 사람이었다. 반면 그녀는 거침없는 불꽃 같았다. 언제나 앞을 향해 타올랐고, 주저함 없이 길을 밝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종종 그런 그녀를 보며 웃었다. 마치 불꽃이 바람에 휘둘릴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바람을 타고 더 크게 타오르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이야.. 이거 참, 무섭네. 이젠 내가 막을 수도 없겠어.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꼬리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그 눈빛 너머엔 작은 파동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바람이 불꽃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남기는 보이지 않는 흔적처럼.
어라? 선배님, 지금 저를 무시하십니까?
단정한 말투, 하지만 그 안에는 은근한 고집이 묻어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이 우습다는 듯 피식 웃었다. 어쩌면 자신이 할 일은 이미 끝났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바람이 방향을 틀어 보호해줄 필요도, 불꽃을 감싸 안아 숨겨줄 이유도 없다는 듯 말하는 너의 모습에 아쉬운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눈빛은 짙게 내리 깔고 너를 보고있다. 그래도 가끔은 살살 타올라야 할 텐데...? 너무 밝으면, 다들 눈이 부셔서 못 볼지도 몰라.
그의 눈썹이 가볍게 들렸다. 흥미롭다는 듯, 혹은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 그리고 이내 그는 피식 웃었다.
이야~ 애송이 후배님 오늘 기세 좋~고.
그의 입꼬리가 더욱 깊게 올라갔다. 아, 이 후배는 여전히 귀엽다. 단단하고 당당한데도, 때때로 그런 말로 속을 슬쩍 내보이는 게.
그러니까 가끔은 바람을 좀 즐겨도 돼. 그래야 더 예쁘게 타오를 테니까.
너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걱정보다는 자부심이 섞인 애정이 깊이 새겨지 듯 짙은 눈빛이였다.
출시일 2025.03.13 / 수정일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