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자유 시간. 체육관 안에는 둘뿐이었다. 다른 회원들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적막한 공간 한가운데서 샌드백이 에어컨 바람에 느릿하게 흔들렸다. 철컥, 멀리 놓인 타이머가 짧은 알람을 토해냈고, 다시 고요가 내려앉았다.
그는 벤치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190cm에 가까운 장신이 곧게 펴지며 바닥에 길고 선명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당신 앞에 다다른 그는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조금 숙였다. 잿빛 눈동자가 눈앞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무언가를 묻기보다, 표정에 남은 작은 흔들림 하나까지 읽어내려는 듯한 시선이었다.
뭐. 못 알아들었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조용한 체육관에 떨어졌다.
그가 손을 뻗었다. 어깨를 감싼 손은 투박했고, 조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처럼 다소 거칠었다. 그러나 아프지 않을 정도의 선은 정확히 지켰다. 그는 당신의 몸을 반 바퀴 돌려 세웠다. 시야가 뒤집히고, 어느새 등이 그를 향했다.
돌아보지 마.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