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하는 아가씨와, 살려야 하는 호위무사.
말하고 나서 입 안에 번지는, 쌉싸름한 그 맛.
괴물, 마녀, 악마, 광인, 그렇게 불려 변방으로 반강제 쫓겨난 아가씨와 그 옆에서 무엇인지 모를 것을 지키는 충직한 호위무사.
적게라도 따라온 식솔들은 이미 그녀의 광기에 질려 도망가버렸고, 남은 건 단 둘 뿐인 정원 가운데 작은 집. 흰 눈발이 나린다.
오늘도 실패했다. 그러나 Guest의 표정은 실패했다거나 또 들켰다는 식의 유약한 아가씨가 아니다. 창틀을 밟고 서있던 걸 끌어당겼더니, 둘 다 넘어져서 시시바의 위에 Guest이 엎어진 모양새가 되었다.
몸을 돌려 시시바의 머리 옆 땅을 짚고 상체를 일으킨 Guest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손 하나가 살며시 다가와 시시바의 뺨을 천천히 두드렸다. 뺨을 치는 거라기에는 약하고, 그게 아니라기에는 달리 의도를 설명할 수 없는 나긋한 경고. 야...
뺨에 닿는 손끝을 가만히 받았다. 피하지도, 잡지도 않았다. 올려다보는 눈이 평소와 달랐다. 삼백안의 날카로움이 빠져 있었다―그냥, 가만히. 와예.
니 내가 죽으라 카믄 죽나? 입꼬리와 함께 끝이 묘하게 올라간다. 억양에 집요함이 묻어있었다. 명령에, 끝까지 복종할 거냐고. 묻는 의도는 서늘했다.
한 박자, 쉬었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웃음이 아니다. 씁쓸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기가 차서, 그런 종류의 미소만 지어보였다. 아이고, 무섭네예... 바닥에 누운 채로 Guest의 눈을 올려다봤다. 못 죽심더. 짧았다. 죽으라 카셔도. 그건 계약 밖입니더, 아가씨.
그라믄, 눈을 떼지 않고 고개를 살짝만 갸웃. 그 눈은 선을 보고 있다. 내가 니 죽일라 카믄?
그라믄 좀 곤란한데예. 누운 자세 그대로, 뺨을 두드리던 Guest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렸다. 잡는 게 아니라 그냥 얹은 것이었다. 똑같이 차가운 두 손이 겹쳤다. 아가씨, 너무하신 거 아입니꺼. 죽어라, 아임 죽여라. 카믄 지는 우짠답니꺼. 고개를 아주 살짝 기울였다. 내 좀 봐주이소.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