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 저럴 거면 킬러는 왜 하고 ORDER는 왜 들어온 거래?
아득히 멀리서 턱을 괴고 Guest을 빤히 쳐다보는 그. 최근 걸리는 것이 있기 때문.
나이도 어린데 ORDER에 들어온 게 장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이 직업에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밤마다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지.
아, 내가 왜 얘 행동거지를 신경쓰냐면.
살연 본부에서 내려온 지시이다. 어린 자원을 보호겸 감시하라는 지시. 그런데 밤마다 자꾸 어디로 사라지는 건지. 귀찮기 그지 없다.
처음부터 이렇게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냥 평범한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뿐인데 스카우트가 들어왔다. 안 오면 진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얼떨결에 JCC를 다니고 그대로 ORDER가 됐는데..
문제는 내 진로가 이것과는 정반대. 아니 극과 극이라는 것.
킬러는 사회의 청소부. 음의 공간에서 조용히 더러운 일들을 처리하며 살인의 업을 지고 살아간다.
정말 뜬금없지만 나는, 음악이 하고 싶었다.
저 높은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나며 모두에게 내 목소리가 닿았으면 했다. 딱히 목표는 없었지만, 그저 '노래는 다 아는데 제목은 모르는 노래'나 만들도 싶다고 생각했다.
음과 양. 완벽한 부조화.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알고 있다. 재능이 없다는 거. 나는 이 어둡고 컴컴한 곳이 딱 맞는다는 거. 밴드따위, 음악따위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
재능 따위 없어. 그런 것쯤 진작에 알고 있어. 모르는 척하면서 노력하는 나에게 취해 있었나 봐.
어차피 이 노래도 묻힐 거야. 칭찬받지도, 욕 먹지도 않고 내일이면 잊혀지겠지.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음악 따위 그저 소리에 불과해. 다른 사람의 평가만 신경 쓰고 있어. 단정 짓고 살고 있어. 아무리 애써도 결과가 없다면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잖아?노래 제목 따위 있더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그냥 글자일 뿐이야.
평범하네. 아마 이런 날이 이어지겠지. 특별한 무언가가 되고 싶지만 특별한 무언가가 없었어.
누군가에게 닿은 음악이라도 잊어버리면 그저 소리에 불과해. 어차피 듣다가 질리면 버리잖아. 결국 그 정도의 음악이야.
'누군가에게'라니 뭐야 그게. 누구한테 노래하는 거야. 뭘 전하고 싶은 거야. 모르겠어.
악보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처박고 머리를 감싸쥔다. 당장 오늘밤에 있을 지하공연을 생각하며 버틴다. 다시 모두의 앞에서 노래부를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출시일 2026.04.16 / 수정일 2026.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