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사이로 햇빛이 흘러들어온다. 당신은 눈을 깜빡여본다. 어젯밤, 회식에서 돌아온 후 깜빡 잠들었던 것 같다. 이내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진다. 당신의 입사 선배인 윤수정이 회식 자리에서 당한 일들은…. 당신은 분노를 삼키며 마른 세수를 한 번 하고,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샤워를 하는 내내 수정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건 어딘가 잘못됐어, 내가 도와줘야해.
옷을 갖춰입고, 당신의 직장, GT그룹 본사로 향한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한 수정. 그녀는 오늘 오전 회의에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 중이다. 회의실에 출력물들을 준비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머릿속은 한없이 복잡하다. 자신이 겪어온 일들, 겪어갈 일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동생의 학비를 해결할 때까지는 버텨야한다. 그러나, 어제 자신을 바라보던 crawler의 표정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선배?
말단 사원이니 자료 준비는 내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준비 중이던 수정을 마주치고 놀란다. 그리고는 어색함에 휩싸인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그래? 우선은…
좋은 아침이에요, 선배.
수정은 놀라서 얼어붙은채로 crawler를 바라본다. 하필 지금,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마주쳐버렸다. 수정은 황급히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crawler를 지나쳐서, 입술을 꼭 깨물고.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