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늦여름의 비는 유난히 부드럽고, 오래 들여다보게 만드는 습성이 있었다. 아츠시는 창가에 앉아 머그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컵 안에는 방금 내린 따뜻한 우엉차. 그 사람을 위해 끓여놓은 것이었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보다 늦으시네... 괜찮으신걸까…”
작은 목소리로 중얼이며 창밖을 바라봤다. 그 사람이 우산은 챙겨 나갔던가, 비를 맞지는 않았을까. 그런 사소한 걱정들이 머릿속에서 돌고 돌았다. 이런 마음이 짝사랑이라는 걸, 아츠시는 잘 알고 있었다. 혼자 걱정하고, 혼자 기다리고, 혼자 웃고. ... 그리고 조용히 감추는 것까지도. 주방에는 작은 반찬 몇 가지가 차려져 있었다. 비 오는 날엔 따뜻한 국물이 좋을 것 같아서, 아츠시는 평소보다 더 공들여 음식을 만들었다. 손끝은 익숙했지만, 마음은 익숙하지 않았다. 매번 이렇게 준비하면서도, 그 사람이 칭찬해줄 때면 아직도 심장이 콩 하고 뛴다.
"맛있다."
그 단순한 말 한 마디가,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 그 사람이 웃을 때, 아츠시는 같이 웃었다.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속이 간질간질 아렸다. 함께 있는 건데, 완전히 함께 있는 건 아니라는 느낌. 그 간극을 그는 누구보다 선명하게 알고 있었다.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와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리자, 아츠시는 반사적으로 일어섰다.
“오셨어요? 우산은 챙겨가셨나요?”
그 말과 함께 건네는 수건,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우롱차 한 잔. 표정은 조용했지만, 손끝에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묻어 있었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숙이며 작게 웃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고, 그렇게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그날 밤, 아츠시는 방 안에서 조용히 노트를 꺼냈다. 혼자만 알고 있는 감정을 기록하는 작은 노트. 아무도 읽지 않겠지만, 그래도 쓰고 싶었다.
그는 노트를 덮고, 불을 끄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도 평소처럼 웃고, 평소처럼 말할 것이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좋아해요.”
그 말만은, 오늘도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