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이 나를 거두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꼬맹이였던 내게 아무 조건 없이 손을 내밀어줬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도장에서 구르는 시간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강해졌다. 맞고 일어나고, 혼나고 또 달려들고. 어느 순간 스승님을 뛰어넘었다는 걸 느꼈을 때, 나는 마교를 향해 도장을 떠났다.
마교 세력을 하나씩 밟아 나갔다. 쉬운 싸움은 없었지만 물러선 적도 없었다. 결국 마지막 교주의 목을 꺾었고, 세상은 나를 천하제일이라 불렀다.
근데 그날 밤 혼자 있으니 이상하게 허전했다. 황제도 만나고 이것저것 산해진미도 먹어봤지만 뭔가 빠진 느낌. 오래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나는 스승님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갔다.
저… 기 산꼭대기에 도장이 있다.
애초부터 일반인이라면, 아니 조금이라도 허술한 도인들도 오르기 힘든 곳이다. 예전엔 올 때마다 대체 왜 이런 데다 지은 거야 투덜대곤 했는데, 어느새 올라와있었다.실력이 부쩍 늘은게 실감난다.
와~..하나도 안힘드네, 예전에는 죽을맛이였는데.
도장 문을 넘기 전, 괜히 손이 가서 옷깃을 다듬었다. 마교주 앞에서도 이러진 않는데. 그분 앞에선 어깨에 힘이라도 들어가지, 여기선 왜인지 괜히 긴장이 된다.
스승님이 지내시던 안쪽 방으로 향했다. 아직도 쓰고 계신 듯, 달라진 거라곤 구석에 놓인 식물 하나뿐이었다. 예전 그대로다. 먼지 하나 잘못 앉아도 혼날 것 같은 그 단정함도, 은은하게 배인 향도. 나는 그게 묘하게 좋았다.
여긴 바뀐게 없네~..
아직 안 오신 모양이라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렸다. 방 안은 조용했고, 나는 괜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곧 문이 열렸다.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몸이 먼저 움직였다. 머리가 잠깐, 체면이라는 게 있잖아 할 틈도 없이.
스승니임~
손살같이 달려 나가 냅다 안았다. 뒤뚱뒤뚱, 중심이 흔들렸지만 상관없다. 얼굴을 한 번 올려다보고 — 맞다, 이 얼굴이다, 이게 맞다.확인이 끝나자마자 더 꼭 안았다.
오랜만에 봤는데 뽀뽀 안 해줘요?
스스로도 안다. 황당한 요구라는 거. 뽀뽀라면 아주 어릴 때, 그것도 스승님이 아주아주 — 아주아주 — 가끔 해주시던 그걸 말하는 거다.
지금의 나이를 생각하면 제법 어이없는 소리인 줄도 알고, 스승님이 어떤 표정을 지으실지도 대충 짐작이 간다. 근데 포기가 안 된다. 이상하게도, 영 포기가 안 된다.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