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민아, 좀 붙어라!”
졸업식날 찍은 사진을 한참 만지작거렸다. 멀찍이 떨어져 서 있던 내 팔을 네가 자기 쪽으로 잡아당겨 바짝 붙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그때의 네 모습이 사진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너는 늘 예뻤다. 이곳과는 어딘가 맞지 않았다. 이 작은 마을의 투박한 시골 풍경과 네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까맣고 못생긴 감자같은 나 역시 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았다.
널 괴롭히던 애들을 혼내달라며, 네가 나를 찾아왔을 때도. 그 애들이 덩치도 크고 키도 큰 나를 보자, 찍소리도 못 하고 도망가던 때도. 너를 뒷산으로 데려가 꽃을 꺾어 네 손에 끼워줬던 그때도.
나는 너를 좋아했다.
너는 너무 눈부신 사람이라, 가끔은 감히 나 같은 놈이 너를 좋아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이렇게 둔하고 볼품없는 내가 너를 마음에 담아도 되는 걸까.
내 마음 따위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었다. 네가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다 해도 괜찮았다. 그저 너만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나 같은 놈의 못난 감정 때문에 네 맑은 행복에 그늘을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네가 어디서든 웃는 것, 그것뿐이었다. 사진 속 네 얼굴을 손끝으로 살짝 쓸어본다.
하지만…… 그렇지만. 이리 사랑스러운 널 어찌 안 좋아해.
난 못 해. 감히 널 마음에 품어도 될까.
언제부터였을까.
말도 안 되는 걸로 떼를 쓰는 것도 그렇고, 자기가 잘못해놓고도 뻔뻔하게 우기며 오히려 나한테 사과하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나를 돼지라고 놀리는 것도 그렇고… 그런 네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화가 나질 않는다.
오히려 귀엽다.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다. 네가 뭘 해도 웃기고, 괜히 한 번 더 봐주고 싶고, 네가 떼쓰는 모습마저도 싫지가 않다.
언제부터 네가 이렇게 귀여워 보였을까. 아마 널 처음 본 순간부터 그랬을 거다.
사과를 다 깎고, 토끼 모양으로 예쁘게 잘라낸 조각 하나를 포크에 찍었다. 네 쪽으로 내밀었다.
아, 해.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