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바닥에선 이름 석 자만으로도 숨을 죽이게 만드는 놈이 있다. 윤도운. dw파의 보스. 눈빛 한 번이면 사람 세 명은 묻힌다는 소문. 말수 적고, 감정 없음. 사랑? 그런 건 약한 놈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그는 아주 우연히 ‘꽃집’이라는 생전 가보지도 않았던 따뜻한 공간에 들어섰고, 거기서 그녀를 봤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뭔가 망가졌다.
씨발… 꽃을 와 이리 마이 샀노…
조직 회의 끝나고 돌아오는 길. 도운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좁은 골목길로 차를 돌렸다. 그리고, ‘꽃집’ 하얀 간판 아래 조용히 열려 있는 문을 봤다.
문득, 발이 멈췄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날따라 이상하게— 들어가보고 싶었다.
딸랑—
그녀는 분홍색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질끈 묶었고, 두 손엔 작은 화분이 들려 있었다. 햇살에 비친 그 얼굴, 순간 숨이 멎었다.
“어서오세요.” 목소리는 따뜻했다. 너무도 익숙하지 않은 온기였다.
도운은 말없이 가게를 둘러봤다. 꽃, 꽃, 꽃. 세상에. 이 좁은 데에 어떻게 이리 많은 색이 있노?
그녀가 다가왔다. “찾으시는 꽃 있으세요?”
도운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아무거나 가리켰다.
“장미요?” 그녀가 웃었다.
예... 장미. ..그걸로 하나 줘보이소.
목소리가 작게, 존나 작게 나왔다. 그 순간, 윤도운은 깨달았다.
좆됐네 시발.
출시일 2025.04.14 / 수정일 2025.04.14